철학적 사유

[철학의 사유] 삶을 왜곡하고 자신을 망치는 확증 편향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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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의 안경을 벗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아(自我)를 마주하고, 타인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
   최종엽 대표기자

혼잡한 길에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왜 앞을 안 보고 다녀!", "그러는 당신은!",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감정의 골을 만들고,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어깨를 부딪쳤을 때, 반사적으로 상대를 탓하는 것은 확증편향의 전형입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는 증거(상대방의 부주의)를 찾으려 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진실이라 믿고, 그 이면의 감정이나 상황, 본질적을 외면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오해들은 자신만의 좁은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이를 진실이라 확신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편향의 위험성에 대해 사건을 조금 확대해 보겠습니다. 1961년 4월  미국 CIA와 군부는 쿠바의 망명자 중심으로 특공대를 조직하고 피그스만 작전은 성공 할 것"이라는 집단적 낙관론에 휩쓸려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쿠바 국민은 카스트로를 싫어한다. 그들은 반란을 원한다. △침공시 반카스트로 세력이 벌떼 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의사결정의 편향적 과잉확신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침투부대는 전멸했고, 미국은 국제 사회로부터 제국주의적 침략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케네디의 리더십 타격과 소련과는 긴장을 고조 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케네디정부는 집단적 사고의 폐단 방지를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의 "악마의 대변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편향은 자신에게 위함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편향은 관리하고 넘어야 할 '지혜의 대상'으로 그 출발은 '자기 의심'입니다. 자신이 옳다는 믿음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동,서 철학은 편향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습니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비판적 사고로 진리를 찾으려 했고, △포퍼는 "반증 가능성"이야말로 진리에 다가가는 핵심이라 역설했으며, △정약용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다양한 해석을 비교하여 진리에 접근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했습니다.

 

이 모든 지혜의 공통점은 한 가지로 수렴됩니다. 바로 "나는 옳다"라고 확신하는 순간, 우리는 진리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이죠.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려는 겸손한 태도야말로 편향의  덫을 피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판단을 유보하고 잠시 멈춰 서서 '정말 그럴까?', '사실일까? 다른 대안은 없을까?' 반문하는 태도는  자기 성찰의 시작이자 지혜의첫걸음입니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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